아침부터 회사에 작은 사건이 생겼다. 직장 동료가 물건을 나르다가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발목을 다쳤다. 걷기가 불편해 내 차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깁스를 하라고 한다.
30여 분 걸려서 발목에 깁스를 했다. 그런데 차에 타고 나서 발을 이리저리 움직여보더니 "깁스가 발목을 단단히 잡아줘야 되는 데, 움직일 때마다 아픈 부위가 같이 움직이는 것이 아무래도 깁스가 이상하게 된 것 같다”며 불평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어련히 알아서 잘 했을라고요. 자꾸 신경 쓰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라 말했지만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다는 말을 계속한다. 아무튼 억울한(?) 사연 듣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내 차는 주차장을 나와 사무실을 향해 달렸다. 그런데 아차! 둘이 이야기에 열중하다 보니 약국에 있어야 할 처방전이 내 손에 그대로 쥐어져 있는 게 아닌가. 병원 바로 옆에 약국이 있었는데... 할 수 없이 지나가다 약국이 보이면 그곳에서 처방을 받기로 하고 가던 길을 계속해 갔다. 약국에 들 릴 때까지만 해도 난 이 처방전이 내 감정을 상하게 할 줄은 몰랐다. 첫 번째 약국에서 처방전을 내밀자 약사 분이 그런다. "여기서는 조제가 불가능한대요” “왜요? 아니 약국에 왜 약이 없어요?” “여기는 주로 내과 쪽 약만 있습니다.” “내과 쪽이요?” “보세요. 이 근처에 정형외과 없잖아요. 그러니 약국에도 정형외과 관련 약이 없습니다.” 그게 끝이었다. 더 물어보려 했지만 바쁜지 돌아서더니 조제실로 들어가서는 나오질 않았다. 나는 투덜거리면서 다른 곳에는 있겠지 생각하고 약국을 나왔다. 하지만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나의 착각이었다. 그 시간 이후로 난 2시간 동안 약을 조제하기 위해 약국이란 약국은 다 다녀봤지만 결국 똑같은 대답만 들었다. 약이 없단다.
그렇다면 정형외과가 있는 병원 근처 약국에 가면 있겠지 생각했지만 역시 허사였다. 성분이 비슷하지만 자기 약국 근처 정형외과에서는 이 약을 처방안해서 약이 없다고 한다. 약 구하기 정말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 받은 병원에 전화했다. 무슨 약인데 이렇게 구하기 힘드냐고.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병원 근처에 약국이 있는데 왜 딴 데 가서 고생하세요. 병원 근처 00약국 있잖아요." “아니, 왜 꼭 그 병원 근처 특정약국에만 그 약이 있냐고요?” “약국에 약이 없는 게 우리 잘못이에요? 왜 그걸 우리한테 따지세요?” 전화가 툭 끊긴다. 결국 나는 포기하고 할 수 없이 그 병원 근처 약국으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또 다른 정형외과와 약국이 보인다. 처음에 갔던 정형외과와 가까이 있는 정형외과 옆 약국이니 혹시나 해서 약국에 들렀다. 처방전을 내밀자 내내 똑같은 말을 한다.
약사분이 말하기를 “우리 약국 앞에 있는 00병원에서는 이 약을 쓰지 않고 딴 약을 처방하기 때문에 약이 없다.”고 한다. 무슨 말이냐고 되물으니, 역시 같은 말로 "이 처방전에 있는 약하고 성분은 비슷하기는 하지만 우리 약국 앞에 있는 00병원에서는 이 약을 쓰지 않기 때문에 처방을 해 드릴 수가 없네요” 한다. 약국 문을 열며 불편함과 의구심이 가시질 않는다. 아니 뭐야? 같은 정형외과 인데 희귀한 약도 아니고 말이야. 깁스 하나 하고 먹는 약이 뭐 이렇게 구하기 힘들어. 더구나 병원에서 어떤 처방을 내릴지 약국이 어떻게 알아서 ‘00병원에서는 이 약을 쓰지 않아서 그 약이 없다’는 거야? 그럼 같은 병에 병원마다 다른 약을 처방한다는 건데, 어떤 약이 더 좋은 지 환자들은 어떻게 아나? 그 약을 처방하는 기준이 뭐지? 환자 우선이야, 아니면 제약회사 우선이야? 뭐 커미션 있나?
일반인으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는 의료계 세상을 투덜거리며 결국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다시 처음 그 병원 근처 00약국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00약국에 들러 약사 분에게 조용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넌지시 물었다. 왜 딴 약국에는 이 약이 없냐고. 약사 분은 내 말을 못 들었는지, 아니면 듣고도 모른 척 하는 건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약 봉지만 내민다. 다시 한 번 물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약 봉지를 들고 나와 병원과 약국을 번갈아 본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길 건너 약국에는 약이 없다며 조제가 불가능한 현실, 꼭 병원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특정 약국에서만 조제가 가능한 현실, 참 이해가 안 간다. 왜 꼭 병원 근처에 있는 특정 약국에서만 조제가 가능한 것일까? 이 궁금증은 지금 우리는 효과가 있는 약에 대한 처방을 제대로 받고 있는 것일까? 혹여 내가 모르는 그 어떤 것에 의해 내 의료권리가, 환자의 의료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게 한다.
‘병원과 특정제약회사, 약국, 이익, 커미션...’ 등의 단어가 머릿속에서 자꾸 떠오른다. 나만의 오해일까?
★이 글에 대해 약사분과 의사 분이 각각 의견이 담긴 글을 보내 왔습니다. 옮겨봅니다.★
◇ 약사 저는 40대중반의 약사입니다. 우리나라는 (약사들이 주장하는)성분명 처방이 아닌 (의사들의 주장으로)상품명 처방을 합니다. 그래서 동일한 성분의 약이 서로 다른 상품명으로 이름붙여져 여러 제약회사에서 수십~수백 종 나옵니다. 그렇다보니 약국들은 인근 병원의 처방약만 구비하려하는데, 그마저도 가끔씩 의사가 처방약을 바꾸면 불용재고가 되고 시간이 흐르면 유효기간 지나고 결국 버려야합니다. 이러한 문제로 약국들은 골머리를 앓지만 상대적 약자인 약사입장에선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동일함량, 동일성분, 동일 제형일때에만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사전 동의를 구한 후 "대체조제(변경조제와는 다른 개념 / 변경조제: 비슷한 성분이나, 함량 또는 동일 역할을 하는 약으로 조제하는것 )"를 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대체할 약의 종류가 2가지 이상 되면 약사의 입장에서도, 약을 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도, 그리고 처방한 의사의 입장에서도 편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약국에서 질문에 제대로 명쾌하게 대답하지 않은 것은 분업이후 너무 오랫동안 같은 대답을 앵무새처럼 하다가 지쳤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오히려 의아해집니다. 왜 아직도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지? 맨 마지막 행에 저도 전적으로 공감하며 못다 한 말은 가슴에 묻습니다.
◇의사 나도 의사지만, 내가 필요한 경우 약 처방을 하면서도 이 약이 아무 약국이나 있을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단지 의사나 약사의 책임 내지는 담합으로 모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의사인 나도 의약분업이후에 처방전 작성을 위해 약품 데이타를 입력할 때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모른다. 동일성분의 약이 30~40가지가 있을때 의사가 그 중에서 어느 한 회사의 제품을 지명해서 처방한다는 것이 과연 쉬운 일이겠는가? 예를 들어 어느 한 약이 40원짜리부터 300원짜리가지 약이 몇 십종류가 있을 때 과연 의사가 어떤 기준에 의해 약을 선택해야 할까? 물론 복지부나 약사회의 주장대로 성분명 처방을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 싶지만, 솔직히 내 환자가 먹는 약이 40원짜리와 300원짜리가 효능이 같을거라고 인정할 수 있다면 가능하지만, 과연 그럴까? 정말 효능이 같다면 시장원리에 의해 어떻게 40원짜리와 300원짜리가 경쟁은 당연 300원짜리가 퇴출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의사와 약사의 문제가 아닌 복지부 행정상의 문제이다. 의약분업을 제대로 시행하려고 그리 오랜 시간을 준비했다면서 도대체 정부는 뭘 준비했나? 당연 의약분업이 되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예측을 하고 이미 의약분업이 실시되고 있는 나라에서 이를 어떻게 대처해왔는지 알아보고 준비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저 의사들만 도둑놈 집단으로 몰고 밀어붙이는 것밖에 한 것이 없지 않은가? 미리 준비를 하고 생동성시험을 해서 걸러냈으면 한 성분당 약품 수가 많아도 10가지를 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변 환자들이 약을 못구하는 불편함도 훨씬 감소될 뿐 아니라, 정부가 생동성 실험으로 약효를 공증해준다면 의사의 입장에서 성분명 처방을 마다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 없이 무작정 성분명 처방을 한다면 제조공정을 신뢰할 수 없는 조잡한 약과 중국산 등 싸구려 약을 복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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